시를 읽고 삶을 씁니다.
종종 삶 속에서 연을 찾기도 하는데
어쩌면 그 연이 당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절마다 작가의 시선에 닿았던 모습들을 가지런히 정돈시킨 단상들이다. 그 단상들 속에서 문장을 발견하고 그 문장의 속뜻을 찾아내 기록했다. 어떤 글은 편지 같기도 하며, 어떤 글은 독백으로 느껴지고, 어떤 글은 사색으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 삶에서 행복도 중요하지만 슬픔을 다루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그에 증명이라도 하듯이 첫 글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슬픔이 다가온다면 슬픔의 입을 막아준다고 말한다. 그리곤 돌아본 그 사람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거라 다짐한다.
"아무 일도 아니야.”라고.
책속으로
이 세상엔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존재한다.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날도 있고, 빗소리가 들리는 날도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품고 살아가기엔 한없이 작고 연약한 존재이기에, 이왕이면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선물해 주는 일. 당신에게 가장 어울릴만한 하루를 건네주는 일. 나는 이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꽃을 고르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비록 내가, 단 하루만 만개하고 지게 되는 꽃이어도 말이다.
_ 23쪽, 「단, 하루만 만개하는 꽃」 중에서
배울 거라곤 하나도 없이 쓸데없는 말을 자주 하는 주정뱅이 같겠지만, 술을 먹지 않고선 못 배기는 날이 찾아오게 되면 술 대신 나의 어깨가 있을 수 있도록.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며 존재의 부정을 느끼는 날, 당신의 위태로움을 나에게 편히 기댈 수 있도록. 다정을 안고 살아가야지.
_ 101쪽 「다정한 편견」 중에서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랑은 그렇다, 구구절절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게 아니라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애틋해진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을수록 상대방에게 더 향하려고 한다.
_ 112쪽 「바다의 개화」 중에서
"오늘 손을 댈 수 없는 비문과도 같은 장면을 봤다. 봄꽃이 져가는데 단풍나무는 가을 기운을 두르고 있었다. 짐작하건대 가을과 비슷한 봄 날씨에 사계를 헷갈렸나 보다. 꼭 꽃이 피지 않더라도 화양연화는 찾아온다는 듯이. 우리 삶에 봄날이 가득하지 않더라도 모두의 삶은 찬란하다고 말해주듯이. 뜻밖의 안부를 맞아 반가움에 손을 흔든다. 봄에도 단풍은 집니다.”
_ 127-128쪽 「비문非文」 중에서
마음도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어떤 마음이 나에게 불고 있는지. 나의 마음이 어디로 불고 있는지.
나부끼는 바람을 느끼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곁에 와서 자꾸만 치근거리는 잔바람이 있다. 성가시지 않은 기분 좋은 치근거림. 내 호흡과 하나가 되는 그런 바람. 그래 맞다, 좋은 사람은 늘 이렇게 찾아온다. 아쉬움이 사라진 어떤 기대 같은 것으로. 기분 좋은 바람의 소리 같은 것으로.
"요즘 마음에 바람이 온다, 당신이 분다.”
_ 151쪽 「당신이 분다」 중에서
조금 걸을까요. 보폭을 서로에게 맞추고 선선하게 걸을까요. 그러니까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 보자는 말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다”라며 자랑을 말하기보단 "사실은, 저는요…”라며 아픈 구석 하나씩 꺼내어 보는 겁니다. 좋고 행복한 모습은 뒤로하고, 아리고 슬펐던 시절을 서로에게 건네주어 보는 겁니다. 아무 위로 없이, 아무 동정 없이. 그저 솔직한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겁니다.
_ 201쪽 「조금 걸을까요」 중에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모습이 있더라도,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다르더라도, 우리의 결이 어울리지 않아도, 그 사람을 향한 연정을 올곧이 품을 수 있는 것. 상대방은 단점이라 치부하는 모습들을 안아줄 수 있을 때, 우리는 ‘좋아하다’라는 말보다는 ‘사랑하다’가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
_ 216쪽 「오래가는 연인」 중에서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할 때 숨을 쉴 수 있고, 어떤 사람과 함께했을 때 조금 더 웃었는지. 메마른 시간이 곧 공허함으로 나에게 찾아올 때면 나는 곧장 물을 마시려고 했던 사람인지 아니면 그 메마름조차 사랑했던 사람이었는지. 별것 아닌 질문들을 내가 나에게 던지며 과묵과 침묵 그 언저리에서, 내가 나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나를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_ 234쪽 「나를 해방하는 시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서평
사계절의 시작점을 꼭 봄으로만 보아야 할까. 우리들의 인생에서 있어, 사계절이라는 것은 각자가 태어난 계절이 시작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에, 이 책의 작가는 겨울을 사계절의 시작점으로 바라보며 살아간다. 추운 겨울에 태어나 따뜻한 글들로 삶을 써 내려가고 있는 작가. 책 속에 담긴 계절들의 이야기도 겨울을 시작으로 하여 작가만의 계절 흐름으로 흘러간다. 어쩌면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지나칠 수도 있었던 계절의 순간들. 차마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계절의 순간들. 그런 계절 속의 잔상들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작가만의 단상으로 풀어내었다.
지금껏 흘러왔던 계절들 속에서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 있었는가. 혹시, 수많은 잔상의 연속으로 흩어져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의 잔상들이 모여 당신만의 계절이 완성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들어진 당신만의 계절 속에서 당신만의 삶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 속 작가의 글과 함께 당신만의 계절과 삶을 찾아내었다면,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은 그동안 어떤 계절 속에서 살아왔었나. 지금은 어떤 계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앞으로 어떤 계절 속에 살아가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