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인들은 시를 쉽게 쓰는 것 같다.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철학의 빈곤에 연유한다. 말하듯이, 말 나오는 대로 설명조로 써놓고 시라고 하는가 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는 소리로 나열하면서도 시인으로 행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가. 정직성의 결여도 문제지만, 정치인의 표퓰리즘도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은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멀리하면서 생각의 길을 잃었다. 자기의 정체성이 없으니 남의 생각으로 편하게 살기를 바란다. 이는 노예근성이다.
시가 시답지 않아서 독자가 외면하게 된 까닭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염된 페놀 강물을 약수라고 우기는 셈이다. 폐사에서는 이런 문학 인플레를 청산하고 약수 같은 작품으로 정서의 갈증을 해소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책의 제호도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영원한 한국의 명시??로 정했다.
잠수함에서 산소가 줄어들면 토끼가 먼저 숨 가빠하듯이, 사회가 병들면 시인이 먼저 숨이 막힌다. 그런 토끼 같은 시인이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시다운 시를 찾고, 시인다운 시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과연 이 나라에 "시다운 시, 시인다운 시인”이 얼마나 있을까? "시다운 시”는 어떤 작품이고, "시인다운 시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원위치로 내려가 살펴서 확인해야 하듯이, 우리는 지금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왜 책을 읽지 않는지, 국회의원들은 왜 당파싸움만 하는지, 교육자(스승)가 어찌하여 스스로 노동자라고 자처하는지, 소도 독초는 먹지 않는데, 학생들은 독초 같은 글이 섞여 있는 교과서로 배우고 있는지, 왜 지금까지도 바로잡지 않고 방관하는지 확인해서 바로잡아야 한다
단적으로 이 책은 독초도 없고 농약도 포함되지 않은 무공해 자연산 식품이라든지, 불순물이 섞여 있지 않은 약수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왕대(죽순)로 솟아야 할 고등학생들을 지도하는 국어(문학) 선생님들께서는 이 책을 참고하여주기 바란다. 그동안 묻혀 있던 명시(名詩)를 상당수 발굴하여 게재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한 시 작품의 선정기준은 "시다운 시, 시인다운 시인”이다. 시인다운 시인이 아니고는 시다운 시가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엮음 황송문
전북 임실 오수 출생. 시인, 소설가, 문학박사
선문대 교수, 인문학부장, 인문대학장, 명예교수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기독교문인협회 고문, 한국현대시협 부이사장
계간문예지 「문학사계」 발행인, 편집인 겸 주간
〈저서〉
「황송문문학전집」(20권), 「師道와 詩道」, 「축생도」
「현대시창작법」, 「소설창작법」, 「수필창작법」
「문예창작강의」, 「신석정 시의 색채 이미지 연구」
「중국 조선족 시문학의 변화양상 연구」, 「문장론」
「팔싸리와 연탄사상」 등 104권 저술
현대시인상 등 5개 문학상 수상
목차
|시문학의 본령
a
자연에서 신성神性을 느낀다
샘물이 혼자서 ‑ 주요한 ………… 22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 24
청포도 ‑ 이육사 ………… 27
산방山房 ‑ 조지훈 ………… 29
산수도山水圖 ‑ 신석정 ………… 31
마음 ‑ 김광섭 ………… 33
눈 오는 밤에 ‑ 김용호 ………… 35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 37
b
사랑으로 생명의 꽃을 피운다
진달래꽃 ‑ 김소월 ………… 40
내 마음은 ‑ 김동명 ………… 42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 44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 ‑ 김영랑 ………… 46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48
여승女僧 - 백석 ………… 50
정주성定州城 ‑ 백석 ………… 52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 54
별 헤는 밤 ‑ 윤동주 ………… 56
바위 ‑ 유치환 ………… 59
깃발 ‑ 유치환 ………… 61
동천冬天 ‑ 서정주 ………… 63
국화 옆에서 ‑ 서정주 ………… 65
c
사색에서 지혜를 얻는다
향수鄕愁 -/ 정지용 ………… 69
바다 2 ‑ 정지용 ………… 72
마음 ‑ 김광섭 ………… 74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76
길 ‑ 김기림 ………… 78
설야雪夜 ‑ 김광균 ………… 80
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 83
승무僧舞 ‑ 조지훈 ………… 85
완화삼玩花衫 ‑ 조지훈 ………… 88
청노루 ‑ 박목월 ………… 90
나그네 ‑ 박목월 ………… 92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 94
강강술래 ‑ 이동주 ………… 96
두만강 ‑ 김규동 ………… 98
물 끓는 소리 ‑ 신동춘 ………… 100
시詩를 말하는 염소 - 엄한정 ………… 102
새우와의 만남 ‑ 문정희 ………… 104
d
정의감으로 큰 기운을 기른다
님의 침묵 ‑ 한용운 ………… 106
복종服從 ‑ 한용운 ………… 108
논개論介 ‑ 변영로 ………… 110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113
광야曠野 ‑ 이육사 ………… 116
오랑캐꽃 ‑ 이용악 ………… 119
두메산골 3 ‑ 이용악 ………… 121
서시序詩 ‑ 윤동주 ………… 123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 125
자화상自畵像 ‑ 서정주 ………… 127
그날이 오면 ‑ 심훈 ………… 129
가배절嘉俳節 ‑ 심훈 ………… 131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 133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 박남수 ………… 135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 ‑ 김규동 ………… 137
풀리는 한강 가에서 ‑ 서정주 ………… 139
기도 ‑ 구상 ………… 142
9월의 편지 ‑ 황금찬 ………… 145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 148
e
순수와 참여의 조화적 경지
- 신석정의 춘궁여담 -
산중문답山中問答 4 ‑ 신석정 ………… 151
이야기 ‑ 신석정 ………… 154
까치밥 ‑ 황송문 ………… 157
옥밥 ‑ 오봉옥 ………… 159
내가 만난 인민군 ‑ 이신강 ………… 161
차례 Ⅱ
| 순수시와 참여시
a
심상心象의 표현
여운餘韻 - 조지훈 ………… 166
가늘한 내음 - 김영랑 ………… 167
그리움 - 유치환 ………… 169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 171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173
눈물 - 김현승 ………… 175
말씀의 실상實相 - 구상 ………… 177
산상山上에서 - 이원섭 ………… 179
어느 지역地域 - 장영창 ………… 181
검은 평화 - 장영창 ………… 183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 정진규 ………… 185
숲으로 가리 - 최은하 ………… 187
날개옷 - 유안진 ………… 190
사리舍利 - 유안진 ………… 192
눈물 - 최문자 ………… 194
고장난 시계 - 권운지 ………… 196
목재소에서 - 박미란 ………… 198
난쟁이행성 134340에 대한 보고서 - 도미솔 ………… 201
감잎 엽서 - 임미옥 ………… 204
b
생활이 모자라는 까닭
가정家庭 - 이상 ………… 206
가정家庭 - 박목월 ………… 208
이사 - 원동우 ………… 211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 이향아 ………… 214
여인 - 조기호 ………… 216
신발論 - 마경덕 ………… 218
저녁을 지으며 - 김원명 ………… 220
c
동심童心과 시심詩心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 224
나의 시詩 - 서정주 ………… 225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서정주 ………… 227
하늘 - 정중수 ………… 229
저녁연기를 보면 - 김종원 ………… 231
d
농심農心과 시심詩心
풀베기 - 이병훈 ………… 234
논갈이 2 - 이병훈 ………… 236
벼 - 이성부 ………… 238
풋마늘 - 조기호 ………… 240
고향故鄕 - 장영창 ………… 243
e
동경憧憬의 세계
파초芭蕉 ‑ 김동명 ………… 246
그 먼 나라를 아르십니까 - 신석정 ………… 248
망향 - 노천명 ………… 251
사슴 - 노천명 ………… 253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노천명 ………… 254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춘수 ………… 256
꽃 - 김춘수 ………… 258
풀잎 - 문덕수 ………… 260
세월이 가면 - 박인환 ………… 262
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 전봉건 ………… 264
사랑의 말 - 김남조 ………… 267
눈의 나라 - 김후란 ………… 269
지리산 시詩 - 문효치 ………… 271
첫눈 이미지 - 박명자 ………… 273
f
치열한 갈림길
초혼招魂 - 김소월 ………… 276
산山 - 김소월 ………… 278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 280
호남평야 - 장영창 ………… 282
만경강의 노랫소리 - 장영창 ………… 285
초토焦土의 시 - 구상 ………… 288
보리피리 - 한하운 ………… 291
삶 - 한하운 ………… 293
나 - 한하운 ………… 295
촛불 연가 1 - 한승원 ………… 297
촛불 연가 2 - 한승원 ………… 299
사는 법 2 - 홍윤숙 ………… 301
석탄 - 정공채 ………… 303
고백성사 - 김여정 ………… 306
무관심의 죄 - 김후란 ………… 309
분해와 결합 43613 - 김인섭 ………… 313
3번아 5번 찾지 말고 - 김원명 ………… 315
깊은 해변 - 최문자 ………… 318
g
관조觀照와 사색의 시
귀천歸天 - 천상병 ………… 321
달을 먹은 소 - 이성선 ………… 323
지리산 - 권천학 ………… 325
버들강아지 - 김인섭 ………… 327
청보리밭에 오는 봄 - 손해일 ………… 329
시인詩人 - 이정록 ………… 331
손을 흔드는 것은 - 이창년 ………… 333
봄 - 엄한정 ………… 335
일기日記 - 허세욱 ………… 337
바람 그 뒷모습이 - 허세욱 ………… 339
호도 두 알 - 허세욱 ………… 341
h
운치韻致와 응축凝縮의 묘미妙味
박넝쿨 타령 - 김소월 ………… 344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 346
오매 단풍들것네 - 김영랑 ………… 348
춘설春雪 - 정지용 ………… 350
조각달 타령 - 김동리 ………… 353
문둥이 - 서정주 ………… 355
샘도랑집 바우 - 황송문 ………… 356
돌 - 황송문 ………… 360
풍경風磬 소리 - 김동수 ………… 362
i
영화평론가에서 농부의 시까지
봉개동 - 김종원 ………… 364
강냉이 사설辭說 - 김종원 ………… 367
작업복 - 성권영 ………… 370
가을 - 성권영 ………… 372
모래톱에서 - 성종화 ………… 374
그런 시를 쓸 수 있을까 - 성종화 ………… 376
겨울 진달래 - 정귀영 ………… 378
정情 - 김남석 ………… 380
시인 연대표年代表 - 김창직 ………… 382
남산 성벽 - 황동기 ………… 384
어느 날 문득 - 황동기 ………… 386
겨울잠 - 송태호 ………… 388
마른장마 물안개 - 송태호 ………… 390
초록의 번영 - 이병훈 ………… 392
j
삼상三上의 시중 이상二上의 시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 398
낙화落花 - 조지훈 ………… 400
고사古寺 - 조지훈 ………… 402
대바람 소리 - 신석정 ………… 403
은수저 - 김광균 ………… 405
행복幸福 - 유치환 ………… 406
저녁놀 - 유치환 ………… 408
수로부인水路夫人의 얼굴 - 서정주 ………… 409
이별가離別歌 - 박목월 ………… 410
눈물 - 김현승 ………… 412
밤바다에서 - 박재삼 ………… 413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 414
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 416
피아노 - 전봉건 ………… 418
자수刺繡 - 허영자 ………… 419
살아있는 날은 - 이해인 ………… 421
엄마 걱정 - 기형도 ………… 423
빈집 - 기형도 ………… 424
k
창조적 상상의 자연과 고향
봄이 슬픈 나무들 - 김인섭 ………… 426
광대 - 김년균 ………… 428
향수 - 서정남 ………… 430
영광 굴비의 영광 - 손해일 ………… 432
할머니 - 오봉옥 ………… 434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 436
잔盞 - 임미옥 ………… 438
내 고향은 저승 - 이설주 ………… 440
버들강아지 - 김인섭 ………… 442
내가 쓰러지거든 - 장호강 ………… 444
목계장터 - 신경림 ………… 447
하지감자 - 황송문 ………… 449
찾아보기 ………… 457
책속으로
명시선집을 내면서
시다운 시, 시인다운 시인
마음이 맑으면 말이 맑고, 마음이 흐리면 말도 흐리다. 말이 거칠게 나오는 까닭은 마음이 거칠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대한민국 국민은 어찌하여 갈수록 언행이 거칠어지는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본연의 마음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여기에는 마지막 보루인 종교와 교육, 언론의 책임이 크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듯이, 시가 아름답지 않고 천박하면 시라고 할 수 없다. 투르게네프는 "시란 신(神)의 말이다.”라 했고, 볼테르는 "시는 영혼의 음악이다.”라고 했으며, 릴케는 "시란 예술 속의 여왕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날엔 어떠한가, 서사시는 소설이 차지했고, 서정시는 산문시라는 이름으로 운율을 말살했다. 실험시는 자기들끼리 독자를 무시했고, 독자는 그런 낙서 같은 푸념이나 잔소리의 나열을 외면했다.
스티븐스는 "시인은 번데기로 비단옷을 만든다.”고 극찬했지만, 옛날 이야기다. 윤오영은 「양잠설(養蠶說)」이란 수필로 ‘문장론’을 썼지만, 시인들은 ‘삼다(三多)’도 지키지 않은 채 돈과 유희에 빠져 병든 누에처럼 아름다운 비단실 같은 시어(詩語)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은 국민과 배우기를 즐기지 않는 시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괴테는 "시인들은 잉크에 물을 많이 탄다.”고 갈파했다. 지금 대한민국 문단은 술에 물을 너무 많이 타서 자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왜 자꾸 물을 타는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술에 물 탄 듯이 하면 작품 수준은 떨어진다. 괴테는 잉크에 물을 탄다고 썼지만, 한국의 문단은 이미 물을 부은 탁주나 맥주에 또다시 물을 부은 꼴이다. 술도 아니고 물도 아닌 이런 풍토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시(詩)라는 말 자체가 말씀 언(言)변에 절 사(寺) 한 글자다. 절에서 하는 말씀, 즉 종교적 차원의 언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다른 장르와는 달리, 시에서는 욕설 등 천박한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는 삶의 질을 높인다.
속도전 시대에 시간은 돈이라는 말로 전도(顚倒)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돈에 눈이 어두운 일부 정치인이나 법조인, 종교인, 심지어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돈의 신을 숭배하는 함정에 빠져있다. 이런 전도 현상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타고르나 릴케 같은 시인은 시와 기도를 통해서 감사함을 표현했다. 시는 돈이 되지 않지만, 그게 없으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꽃이 없는 세상이나 공기, 햇빛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듯이 시가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다. 아름다운 시를 외우면서 사는 사람이 강간이나 토막살인을 할 수 있겠는가.
요즘 시인들은 시를 쉽게 쓰는 것 같다.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철학의 빈곤에 연유한다. 말하듯이, 말 나오는 대로 설명조로 써놓고 시라고 하는가 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는 소리로 나열하면서도 시인으로 행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가. 정직성의 결여도 문제지만, 정치인의 표퓰리즘도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은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멀리하면서 생각의 길을 잃었다. 자기의 정체성이 없으니 남의 생각으로 편하게 살기를 바란다. 이는 노예근성이다.
시가 시답지 않아서 독자가 외면하게 된 까닭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염된 페놀 강물을 약수라고 우기는 셈이다. 폐사에서는 이런 문학 인플레를 청산하고 약수 같은 작품으로 정서의 갈증을 해소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책의 제호도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영원한 한국의 명시」로 정했다.
잠수함에서 산소가 줄어들면 토끼가 먼저 숨 가빠하듯이, 사회가 병들면 시인이 먼저 숨이 막힌다. 그런 토끼 같은 시인이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시다운 시를 찾고, 시인다운 시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과연 이 나라에 "시다운 시, 시인다운 시인”이 얼마나 있을까? "시다운 시”는 어떤 작품이고, "시인다운 시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원위치로 내려가 살펴서 확인해야 하듯이, 우리는 지금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왜 책을 읽지 않는지, 국회의원들은 왜 당파싸움만 하는지, 교육자(스승)가 어찌하여 스스로 노동자라고 자처하는지, 소도 독초는 먹지 않는데, 학생들은 독초 같은 글이 섞여 있는 교과서로 배우고 있는지, 왜 지금까지도 바로잡지 않고 방관하는지 확인해서 바로잡아야 한다
단적으로 이 책은 독초도 없고 농약도 포함되지 않은 무공해 자연산 식품이라든지, 불순물이 섞여 있지 않은 약수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왕대(죽순)로 솟아야 할 고등학생들을 지도하는 국어(문학) 선생님들께서는 이 책을 참고하여주기 바란다. 그동안 묻혀 있던 명시(名詩)를 상당수 발굴하여 게재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한 시 작품의 선정기준은 "시다운 시, 시인다운 시인”이다. 시인다운 시인이 아니고는 시다운 시가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기 4357년(서기 2024년) 6월 10일
황송문(黃松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