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연과 살아가고 끝내 소멸할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 드러낸 시들2011년 계간 시전문지 『시현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시집 『내 몸에 길 하나 생긴 후』(2017 세종 우수문학도서), 『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를 펴냈던 임후남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65번으로 출간하였다. 임후남의 시집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를 읽으며 받은 집약적 인상은 바로 삿됨이 없다는 것이다. 꾸며 만들어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고 순리에 따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가 시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자연’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물질로서의 자연과 본질로서의 자연을 총괄한 개념으로 자연을 넘나들고 있다.자연을 향한 긍정과 당위의 세계 저편에 위치한 것이 현실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이 현실의 세계는 시적 화자의 지향에 대한 실패와 상처의 기원으로 작동한다. 자연과 관련된 세계에서 시적 화자는 타자를 절대적으로 환대하고자 한다. 그러나 데리다의 말처럼 현실의 세계에서 언어적 기표가 궁극적으로 기의에 도달하지 못하듯이 절대적 환대란 불가능한 것이다. 절대적 환대는 끝없이 미끄러지고 지연되는 것이다.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에 대한 풍자적 시점 등 임후남이 지향하고 비판하는 세계의 이면에는 고스란히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다. 살아가고 끝내 소멸하는 존재로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자연을 사랑하는 길이며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마지막 방법이 될 터이다.인간에 대한 사유의 극점이 임후남의 노인에 대한 시적 형상화에 잘 나타나 있다. 늙음이나 치매, 그리고 요양병원이라는 도식은 이제 보편화된 사회적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요양병원으로 보내진다는 것은 늙은 실존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서적 폭력이다. 육체적 결핍에 따른 편의성을 내세운 요양병원이라는 제도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보내진다는 공포를 함유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실존의 최대 위기 앞에 요양병원이란 살아온 모든 흔적이 제거된 곳으로 보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후남은 이 문제에 대해 육성으로 또는 아이러니의 방법으로 현 세태를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임후남 시집의 표제시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는 죽음을 앞둔 여성 화자의 회고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구어체 문장을 통한 생생함과 여성 화자의 육성에는 심리적 절실함이 배어 있다. 사진만 보고 결혼하던 시절 한눈에 반했다는 고백은 수줍지만 평생의 마음이 담긴 말이라 할 수 있다. "나는예쁘지아는데/ 당신이나를예쁘다고해서/ 고마워써요”라는 시적 형상화에는 당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깔려 있다. 이제 먼저 세상을 하직하면서 남겨질 남편에 대한 걱정과 믿음 그리고 다시 만날 것에 대한 기대 등은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나를 아껴준 당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는 마음이야말로 임후남 시인의 시적 바탕이며 관심사이며, 끝내 회복하고 싶은 유토피아라는 생각이다.
목차
시인의 말 · 51부 벚꽃 풍경 · 13백합 지는 날 · 14풀밭에서 · 15보라색 꽃들 앞에서 · 16미안한 마음 · 17나무의 슬픔 · 18꽃의 말 · 19꽃을 들고 거울 속으로 · 20쇠딱따구리가 우는 동안 · 22가을 숲 · 23겨울 일기 · 24착각 · 26첫눈 · 27기별 · 28개들이 짖는 동안 · 292부 산문이 뭐예요? · 33충실한 독자 일기 · 34시집을 읽다 · 37시인 · 38콩나물김칫국 · 40기억에 대하여 · 42채석강 · 44새벽 기도 · 46어느 날 목욕탕에서 · 48정숙이와 제인 · 50상냥한 사람 · 51나를 소비하다 · 52나도 안타깝지만 · 53남자와 피아노 · 54감자 · 563부 어떤 날들 · 59맘과 몸 · 60그 여자는 화가 난다 · 61창피한 것은 면해야지 · 62바로 곁에 죽음이 · 64좋은 내 집 · 66겨울이 지나면 · 67옛집을 가다 · 68싸움 · 69나를 아껴준 당신에게 · 70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다 · 72밥만 먹으면 산다 · 74우는 남자 앞에서 · 76요양병원 311호 · 78발톱 깎는 시간 · 804부 못 견디겠다라는 말 · 83큰소리 · 8470년은 살았는데도 모른다 · 85은행에서 · 86눈 감고 밥을 먹다 · 88삼시세끼 · 90아내 냄새 · 92저녁 · 94담배 · 97추석날 · 98흙에게 미안한 마음 · 100개발사업 · 102밤 · 104해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리고 환대 / 우대식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