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과학계의 낭만주의자, ‘딴짓’하는 과학자, 가수 CL의 아빠로 잘 알려진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청소년을 위한 과학책 『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물리학』을 출간했다. 이 책은 동아일보에 2년여간 연재한 과학 칼럼 《만만한 과학》을 추려서 다듬은 것으로, 과학 분야의 최신 이슈는 물론, 과학사의 주요 장면들, 학교생활과 코로나 일상, 가족과 주변인, 세상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가벼운 무게로 담고 있다. 유머러스한 문체로 과학의 다양한 주제를 펼쳐놓은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그린 캐릭터 삽화와 3컷 만화를 곁들여 더욱 재미있고 친절하게 독자에게 다가간다. 과학 과목의 어려움에 지쳐 흥미가 떨어지기 일보직전인 학생, 하루가 멀다 하고 팡팡 터지는 과학 이슈들을 대강이라도 알고 싶은데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 교양인, 대한민국에서 물리학자로 사는 법이 궁금한 독자라면 당장 이 책을 펼쳐 들라.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박동하고 있는 과학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작가의 말
1. 과학은 오늘도 열일 중
양자역학의 시대는 지금부터다
청춘을 닮은 양자의 세계
반도체는 한계 극복의 역사
숨을 곳은 없다, GPS가 있는 한
응답하라, 외계인! 오버!
체크인! 우주호텔
잡음과 신호 사이에서 가능성 찾기
5G 시대와 아날로그 출석부
설렌다, 대한민국 방사광 가속기
2.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세상
어느 물리학자의 하루
예측 불가능의 세계, 그래서 매력적이다
아시나요? 우주는 11차원
연필과 종이, 커피의 시간
쓸모없는 과학은 없다
‘양치기 기상청’을 위한 해명
잠 못 이루는 물리학자
"교수님, 더위 먹으면 어쩌시려고요?”
내가 공부하는 이유
슬기로운 신문 구독 생활
시간이 느리게 가는 중국집
고양이를 부탁해
3. 코로나 시대의 과학
나노 세계와의 공존
금기를 깬 과학자들
더 투명하고 선명한 세상으로
100년 전의 몽상
우주의 관성으로 코로나19를 본다면
열린 마음이 이끄는 새로운 우주
지구에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4. 젊은 과학도들을 위하여
이중적 특성의 물리와 인생
빵점 맞은 학생에게
‘다른 생각’이 과학의 시작
삼겹살도 찰칵, 칠판도 찰칵
아인슈타인과 일자리
아인슈타인에게 친구가 없었다면
우주를 가슴에 품은 ‘아폴로 키드’의 꿈
젊은 레봉의 슬픔과 중성자
5. 우주와 삶의 비밀
물리학자의 비밀의 정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
오래된 논문을 읽는 이유
새로운 것을 위해 쓸데없는 일을 하라
끈기 있게 ‘사과나무’를 심자
달이 차오른다, 가자!
세상 한구석의 성실한 모험가들
물리학의 쓸모를 물어본다면
■ 출판사서평
양자역학에서 11차원 우주론까지
쥘 베른의 과학 소설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까지
우리 시대의 가장 뜨거운 과학 이슈 총집합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과학 입문서로, 마이크로파 물리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 현대과학의 주요한 사건들과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발견을 엮어 들려준다. 양자역학에서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이 책은 나노 단위의 집적 회로를 갖춘 반도체, 가도에 오른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거쳐 머지않아 실현될 우주 호텔, 탐사선들의 근황, 블랙홀과 웜홀에 대한 새로운 발견, 우주의 차원 구조에 관한 초끈 이론과 M-이론 등 과학계의 분주한 움직임을 실어 나른다. 그 속에는 우리나라 충주에 세워질 방사광 가속기나 무궁화위성 6호에 대한 기대도 엿보이고, 기초 과학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간절하다.
독자들은 가볍게 책장을 넘기며 현대과학이라는 드넓은 분야에서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는지 훑어볼 수 있다. 자세한 이론 설명보다는 그 발견이 지닌 의미와 과학사적 맥락을 비춰본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운맛을 느끼고 땀을 흘리는 이유는 세포의 이온 채널 단백질에 전기 신호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는 매운 고추와 덜 매운 고추를 가지고 실험하며 이 사실을 증명해냈다. 이 결과는 9,000회가 넘게 다른 학자의 논문에 인용되며 후속 연구가 이루어졌다.
1860년대에 쥘 베른은 《지구에서 달까지》를 발표했다. 이 소설이 품은 상상은 그로부터 약 100년 후 아폴로 11호와 국제우주정거장을 거쳐, 현재 중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1이나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곤에 이르렀다. 현재 이루어지는 우주 탐사는 수많은 이들이 상상하고 탐구하며 성공과 실패를 겪은 경험의 누적이다. 최근 댄 윌킨스가 X선 관측으로 블랙홀의 경계를 밝혀내기까지도 무수한 과학자의 업적이 있었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 진보의 다양한 사례들을 망라하며 그것들을 우리 삶과 생활에 연결 지어 풀어낸다. 짧고 간결한 챕터들을 자유롭게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들은 넘실거리는 과학의 물결에 올라탄 듯 설렘과 뿌듯함을 함께 느낄 것이다.
관성과 금기를 깬 RNA 바이러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보다 정교하고 투명해질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코로나 이후의 미래 사회이다. 저자는 현재의 코로나 시국을 우리 사회의 관성이 깨진 상황이라고 말하며, 하워드 테민 박사와 데이비드 볼티모어 박사가 ‘금기를 깬’ 사례에 비유한다.
1970년대 생물학에서는 DNA에서 RNA가 생성되며 그 역과정은 없다는 게 굳건한 중심 원리(센트럴 도그마)였다. 그러나 테민과 볼티모어 박사는 RNA 바이러스의 경우 RNA에서 DNA가 생성된다며 중심 원리를 거스르는 주장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엔 아무도 그들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두 과학자는 결국 합성 단백질의 존재를 입증해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고, 이는 바이러스 연구와 암 연구에 새로운 창을 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이 점을 보면 RNA 바이러스가 과학 분야의 금기도, 우리가 사는 세계의 관성도 모두 깨버린 셈이다. 과학은 늘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중심 원리에 반기를 든 과학자들에 의해 발전을 거듭해왔다. 양자역학에서 닐스 보어가 자신의 스승인 슈뢰딩거랄지 당시 절대적인 존재였던 아인슈타인과 상보성에 관해 논쟁을 벌인 것도 그러한 사례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급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우린 그간 세상이 여전히 관성적으로 흘러오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개별화된 사람들의 좌표가 3차원 인터넷 공간에 기록되고, 교수는 학생들의 출결과 수업 상황을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가 보다 정교하고 투명해질 거라고 예측한다. 이를 위해 젊은이들도 주어진 삶과 눈앞의 과제들을 ‘다른 생각’으로 바라보며, 기존의 가설과 이론에 대한 발전적 대안을 함께 찾아 나가자고 이야기한다.
"전파, 이건 아무 데도 쓸모가 없을 것 같다!”라고 말한 헤르츠
발견한 지 190년이 지나서야 태양 전지에 쓰이게 된 광물 페로브스카이트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젊음을 응원하며
이 책은 다양한 과학 주제를 녹여서 풀어낸 세상살이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문단과 문단, 단어와 단어 틈새로 젊은이들에 대한 저자의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저자는 젊은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삶과 현실을 지켜본다. 때론 학생들과 삼겹살을 먹으며 사진을 찍고, 때론 백지로 제출된 시험지를 보며 자신의 강의가 부족했음을 반성한다. 자신의 젊은 시절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는 에너지에 감탄하는가 하면, 취업난 때문에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 자리로 내몰리는 청년들의 가혹한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저자가 지하철 안에서 마주하는 각자 핸드폰만 보는 사람들의 풍경 속에는 젊은이들의 지친 자화상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젊은 과학자들을 지원해주길 호소한다. 기초 과학의 발견들은 아무 가치가 없어 보여도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헤르츠는 전파를 발견할 당시 이렇게 말했다. "전파, 이건 아무 데도 쓸모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저자는 묻는다. 그가 오늘날 전파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이용될 줄 알았을까? 1839년 러시아의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는 페로브스카이트라는 광물을 발견했다. 그 광물은 190여 년이 지난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태양 전지의 소재로 쓰이게 되었다. 저자는 여기서도 묻는다. 페로브스키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의 존재를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어디에 쓰일지 예측할 수 없는 발견들은 마치 젊음이 지닌 예측 불가의 에너지와도 같다.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의 위치를 확정할 수 없는 것처럼 젊은이의 미래는 늘 변화의 가능성 위에 놓여있다. 기초 과학은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와도 같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지만 어렵고 필요한’ 일을 꾸준히 하는 이들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하며, 미래 과학의 토대인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책 전반에 깔려있다.
슬기로운 물리학자 생활
이 책은 물리학과 교수인 저자의 일상을 통해 과학자들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그는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한적한 교정에 출근해 커피와 참치김밥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료 교수인 생명과학과 이 교수의 실험 개구리 탈출 소식을 듣는가 하면, 국가사업에 참여하는 동료 교수와 점심을 먹으며 불만을 들어주고,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공부라는 옆방 이론물리학 교수에게 블랙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듣기도 한다.
시험 기간이면 문제 출제와 채점을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육상 경기하듯 논문을 준비하고, 연구비 걱정에 푸념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대학원생이 그만두어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학생 없는 학교를 지키며 온라인으로 강의하게 된 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연필과 노트를 즐겨 쓰던 저자가 전자식 노트패드로 완전히 바꾼 것도 그러한 변화의 일부이다. 책을 읽다 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킨 새로운 관성에 슬기롭게 적응해 나가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집에서는 딸들의 고양이를 임시로 보살피고, 주말에는 단골 중국집에서 간짜장에 맥주 한 잔으로 여유를 즐긴다. 화상 회의로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는가 하면, 별일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가 백신을 맞고 이틀간 꼼짝없이 집에서 앓아눕기도 한다. 유머러스한 그림만큼이나 유쾌한 일상사를 읽다 보면 그가 연구하는 마이크로파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는 사람들이 종종 마이크로파와 혈당에 관해 물어봐서 난감하다고 심정을 토로하면서도, 마지막이라며 친절하게 설명하는 츤데레의 면모를 보여준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20대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서 독자들은 과학자로, 교수로, 동료와 선후배로, 두 딸의 아버지로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과학 교양을 쌓기 위해 이 책을 펼쳐 든 독자들은 현대과학의 흐름 전반을 훑는 것은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멋진 물리학자를 한 명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저자소개
저자 :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프랑스, 아르메니아공화국에서 유학했다. 현재는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각종 실험기구와 골동품, 그림과 장난감으로 가득한 연구실에서 불철주야 마이크로파 연구에 매진하며 틈틈이 재미난 일을 꾸미고 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낭만파 물리학자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두 딸을 위해 그린 동화를 책으로 출간하고 이를 연극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2015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아르메니아 과학 아카데미 정식 회원으로 위촉되었고,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홍보대사로 딸 채린(가수 씨엘)과 함께 선정되었다. 지금까지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2021년 1월 28일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재는 기술을 개발해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발표하고 특허출원을 진행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박치기 깍까』, 『제대로 노는 물리법칙』,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하루하루의 물리학』, 『뚜띠의 모험』 등이 있다. 2019년부터 동아일보에 과학 칼럼 《만만한 과학》을 연재 했다. 그 내용을 엮어서 『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물리학』으로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