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겸손과 온유, 단순과 소박, 순수와 고적,
사랑과 지혜의 삶을 살다간 금아 피천득 선생의 문학세계
금아의 시와 수필에서 절차탁마의 언어는 무서울 정도로 절제되어 있다. 우리는 그의 글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그의 ‘감정의 구조’와 정치적 무의식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책에는 피천득의 수필을 비롯해 시, 산문, 번역문학의 세계를 탐구했다. 금아는 손쉬운 비유나 상징이나 수사를 거부하고 혼을 울리는 싱싱한 시어(詩語)를 찾아낸다. 우리는 모두 언어라는 감옥의 수인(囚人)이다. 금아 문학은 그 비루한 감옥을 탈출하는 열쇠이다. 궁극적으로 금아 문학의 요체는 황폐한 시대와 역사의 해독제요 ‘치유제’이다. 피천득의 문학세계 전체를 이야기하는 이 작은 책은 그동안 우리가 피천득의 수필과 시만 알고 있고 그의 산문과 번역을 잘 몰랐던 독자들을 위한 ‘피천득 문학세계’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 목차
이 책을 읽는 분에게· 7
프롤로그· 11
1. 시의 세계· 20
2. 수필의 세계· 48
3. 산문의 세계· 80
4. 번역문학의 세계· 102
에필로그· 158
피천득 주요작품 연보· 164
피천득 연보· 170
■ 출판사서평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문학은 금싸라기를 고르듯이 선택된 생활경험의 표현이다. 고도로 압축되어 있어 그 내용의 농도가 진하다. … 문학의 본질은 언제나 정(情)이다. 그 속에는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자연적인 슬픔·상실·고통”을 달래 주는 연민의 정이 흐르고 있다. (피천득, 《순례》)
금아(琴兒) 피천득(皮千得, 1910~2007) 선생님은 나에게 "이미 언제나” 해맑은 눈동자와 인자한 미소를 띤 "영원히 나이를 잃은 소년”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금아는 스스로 선택한 가난 속에서 겸손과 온유, 단순과 소박, 순수와 고적(孤寂), 사랑과 지혜의 "멋”진 삶을 100년 가까이 사셨다. 산호와 진주 같은 문학을 우리에게 남긴 그는 이제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 위에서 반짝인다.
금아 선생은 "고상한 사유와 평범한 생활”을 삶의 수칙으로 삼고, 한반도 황폐한 역사와 척박한 민족 현실과 고단한 개인의 삶 속에서도 위대한 시인, 작가의 속성이라고 자신이 언명한 "순수한 동심”, "고매한 서정성”, "위대한 정신”을 지키며 삶과 문학을 일치시키며 살아내려고 노력한 한국문학사의 희귀한 존재다.
나는 금아의 단순하지만 심원한 시와 수필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그의 소박하고 순수한 삶을 존경한다.
피천득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간혹 그의 시와 수필의 단순성과 용이성의 미학에 대해 너무 짧고 쉬워서 깊이 읽을거리가 없는 것처럼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금아 선생은 시와 수필을 각각 100편 내외만을 창작한 지독한 과작의 문인이지만 우리는 그의 문학의 간결성과 서정성의 표면 아래 숨겨져 있는 심층을 들여다보기 위해 깊고 넓게 사유하며 읽고 써야 한다. 산호와 진주를 보려면 잠수복과 스노클과 산소통으로 무장하고 용감하게 깊은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 아니면 종달새처럼 힘차게 창공을 차고 올라가야 한다. 금아 문학의 아름다운 서정성 속에서 우리는 시대와 민족의 고뇌를 보고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금아의 ‘감정의 구조’와 정치적 무의식을 찾아낼 수 있다. 금아의 시와 수필에서 절차탁마의 언어는 무서울 정도로 절제되어 있다. 그는 손쉬운 비유나 상징이나 수사를 거부하고 혼을 울리는 싱싱한 시어(詩語)를 찾아낸다. 우리 모두는 언어라는 감옥의 수인(囚人)이다. 금아 문학은 그 비루한 감옥을 탈출하는 열쇠이다. 궁극적으로 금아문학의 요체는 황폐한 시대와 역사의 해독제요 ‘치유제’이다.
피천득의 문학세계 전체를 이야기하는 이 작은 책은 그동안 우리가 피천득의 수필과 시만 알고 있고 그의 산문과 번역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필자는 그의 다양한 문학세계를 시, 수필, 산문, 번역으로 나누어 균형있게 종합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아무쪼록 이 책이 피천득 문학을 이미 알고 있거나 처음 알고자 하는 젊은 독자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21년 가을
정정호 삼가
■ 저자소개
저자 : 정정호
문학비평가, 아호 소무아(笑舞兒).
1947년 서울 출생.
인천중·제물포고·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석박사과정 수료. 미국 위스콘신(밀워키)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Ph. D.) 받음.
홍익대,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국제PEN한국본부 전무이사,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부회장, 한국영어영문학회장, 사랑의 교회 교수선교회장, 제19차 국제비교문학회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서울, 2010),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집행위원장(경주, 2016) 등을 역임. 김기림문학상(평론), PEN번역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 수상.
최근 저서로 《피천득 평전》(2017), 《문학의 타작 : 한국문학, 영미문학, 비교문학, 세계문학》(2019), 《번역은 사랑의 수고이다》(이소영 공저, 2020), 《바람개비는 즐겁다》(산문집, 2021) 외.
현재 중앙대 명예교수, 국제 PEN한국본부 번역원장,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한국통일문인협회 국제교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