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1.
동아시아 불교 역사에서 선불교가 차지하는 위치는 실로 크다. 520년경 달마가 중국에 도래하기 이전부터 선은 싹텄지만, 일반적으로 중국 선종은 달마를 기점으로 한다. 그리고 육조 혜능 이후 크게 일어난 선종은 마침내 중국 불교의 주류를 형성하게 된다. 뛰어난 선사들이 수없이 배출되었으며 사대부들까지 선에 경도되는 등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는다. 이후 비록 쇠퇴와 변용의 길을 걷게 되지만, 선종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불교의 주류로서 자리해 오고 있다.
이 책은 인도의 선이 중국에 뿌리 내리던 시기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선을 실천하고 살아낸 주요 인물들을 시대 순으로 살펴봄으로써 중국 선의 방대한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보기드문 국내 저술이다.
2.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장에서는 먼저 중국불교의 특징과 그 속에서 선종의 위치, 선사상의 성립과 흐름 및 특징을 전체적으로 소개하고 나서, 초조 달마로부터 시작해 동아시아 선종을 개척한 육조 혜능까지 초기 선사들의 행적과 사상을 다루고 있다. 이는 시기적으로 위진남북조에서 당나라 초기에 해당한다.
제2장은 당나라 중기에 해당되는, 인도 선이 중국화되어 조사선으로 승화되는 과정에서 활약한 선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사선의 개창자인 마조 도일을 필두로 한국선의 원류격인 서당 지장, 선종 청규를 제정한 백장 회해, 그리고 마조의 여러 제자들을 소개하고, 재가거사인 백낙천을 비롯한 여러 문인, 유학자, 여성들까지 자세히 소개한다.
제3장은 조사선이 5가로 나뉘어져 선의 르네상스가 열린 당나라 말기에 활약한 선사들의 삶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위앙종을 연 위산 영우와 앙산 혜적, 임제종의 임제 의현, 조동종의 동산 양개와 조산 본적, 운문종의 운문 문언, 법안종의 법안 문익 등이 포함되며, 동아시아 염불선과 공안선의 원류인 영명 연수와 승천 도원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제4장은 5가 7종이 완성되고, 송대 사대부들이 대거 선에 경도되는 북송시대를 다룬다. 이 시기에 유불도 삼교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임제종이 융성하면서 황룡파와 양기파가 나타나며, 황정견과 소동파를 비롯한 유학자들이 선사들의 가르침에 귀의하여 선의 풍토를 사회 전반에 가득하게 하는 과정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제5장 남송시대에서는 중국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간화선이 발아되어 체계화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먼저 선 문헌과 어록, 공안이 화두가 된 기연, 송고문학의 등장 등 간화선의 근원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무자 화두의 효시인 오조 법연과 『벽암록』의 원오 극근, 간화선의 완성자인 대혜 종고, 그리고 송대 사대부 간화선자들과 여성 수행자들도 소개하고 있다.
제6장은 원나라 때 전개된 조동선풍과 간화선풍의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칭기즈칸의 책사인 야율초재를 필두로 하여 무자 화두를 체계화한 무문 혜개, 임제종과 조동종 선사들의 활약, 그리고 간화선의 체계를 정립한 고봉 원묘, 화두선과 정토를 융합한 중본 명본, 고려에 간화선을 전도한 몽산 덕이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제7장은 명나라 때로, 이 시기에는 선과 정토가 합일된 선정일치의 풍토가 지배적이었다. 명나라 초기 최고의 고승인 초석 범기를 시작으로 명대 4대 고승으로 꼽히는 운서 주굉, 자백 진가, 감산 덕청, 우익 지욱의 행적과 업적 등을 다룬다.
마지막 제8장은 청나라, 그리고 중국 근현대에 활약했던 선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청나라 선종사와 함께 청나라 초기 선사들인 박산 무이, 옥림 통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꺼져가던 중국의 선을 되살려낸 허운을 비롯하여 근현대 선지식인 야개, 응자, 원영, 내과, 그리고 인간혁명과 인간불교를 내세운 경안과 태허의 행적을 소개한다.
3.
중국 선종은 긴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선사들이 활동했으며, 그 기록 또한 상상 이상으로 방대하다. 이 책은 중국 선불교와 선사상의 다채롭고 장구한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조감도를 그리듯 보여준다. 그리하여 선사들 한 명 한 명의 삶과 사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중국 선불교의 전체상이 그려질 것이다. 시대 순으로 주요 선사들의 삶과 사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중국 선사상사’를 완성한 것이다.
한편, 저자가 중국 현지를 순례하면서 찍은 다양한 사진들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며,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법맥도는 복잡한 선종사의 흐름 속에서 헤매지 않게 지도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방대한 중국 선종사를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온몸으로 찬란하게 선의 꽃을 피운 기라성 같은 선지식들의 삶과 수행, 행적을 통해 생동감 있는 감동과 재미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서문 길 위의 삶·5
1장 위진남북조~당나라 초기, 인도의 선이 중국에 뿌리 내리다 / 15
01 중국불교의 특징 및 선종의 위치·17
02 동아시아 선사상, 대승경전에 의거해 정립되다·21
03 중국 선사상의 흐름 및 특징·26
04 달마가 중국에 도래하기 전, 중국의 선자들·34
05 동아시아 선에 씨앗을 뿌리다 : 초조 달마·38
06 "번뇌와 보리는 하나” : 2조 혜가·48
07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 3조 승찬·53
08 "누가 그대를 해탈하지 못하도록 묶고 있는가?” : 4조 도신·58
09 "구름이 아닌 태양을 보아라” : 5조 홍인·64
10 공감능력 선사들 : 우두종의 지암과 혜명·70
11 동아시아 선종을 개척하다 : 6조 혜능·77
2장 당나라 중기, 인도선이 중국화된 선(조사선)으로 승화되다 / 91
12 조사선의 개조開祖 : 마조 도일·93
13 한국선의 원류 : 서당 지장·101
14 동아시아 선종 교단의 청규를 제정하다 : 백장 회해·108
15 확고한 주체성으로 자각적인 삶을 살다 가다 : 남전 보원·118
16 마조의 재가불자 : 방거사와 황삼랑 거사·126
17 마조의 독특한 제자들 : 담장·영묵·석공 혜장·135
18 마조의 괴짜 제자들 : 등은봉·단하 천연·143
19 한 시대에 선풍을 드날린 마조의 문하 : 대주 혜해·염관 제안·반산 보적·151
20 마조의 은둔한 제자들 : 양좌주·분주 무업·대매 법상·157
21 자유 속에서 무애를 갈구하다 : 백낙천·165
22 옛 부처가 다시 오다 : 조주 고불·173
23 선의 르네상스 시대, 선사상에 매료된 문인과 유학자·183
24 당나라 시대, 대장부 여인들·191
3장 당나라 말기, 5가의 형성으로 선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다 / 205
25 천재일우에 비견되는 스승과 제자 : 황벽 희운과 배휴·207
26 위앙종 : 위산 영우·앙산 혜적·영운 지근·220
27 임제종 : 임제 의현·239
28 조동종의 조정 : 청원 행사·석두 희천· 덕산 선감·약산 유엄·252
29 조동종 : 동산 양개·조산 본적·운거 도응·267
30 운문종의 조정 : 설봉 의존과 그 문하 282
31 운문종 : 운문 문언·290
32 법안종 : 법안 문익·천태 덕소·현칙 감원·296
33 고독조차 사치라고 여긴 선사들 : 나잔·남악 현태·법창 의우·광혜 원련·306
34 동아시아 염불선과 공안선의 원류 : 영명 연수·승천 도원·313
4장 북송시대, 5가 7종의 완성, 유학자들이 선에 물들다 / 321
35 송대, 유불도 융합과 송학·323
36 송대 선사들과 황정견·332
37 송대에 전개된 임제종 선사들 : 풍혈 연소·수산 성념·분양 선소·석상 초원·342
38 황룡파와 양기파 : 황룡 혜남·양기 방회·351
39 출·재가를 넘나든 대자유인 : 소동파·359
40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우다·367
5장 남송시대, 간화선이 발아되어 체계화되다 / 375
41 간화선의 근원을 찾아 ① : 당대의 조사선·377
42 간화선의 근원을 찾아 ② : 선 문헌과 어록·385
43 간화선의 근원을 찾아 ③ : 공안이 화두가 된 대표 기연·391
44 간화선의 근원을 찾아 ④ : 송고문학과 호국불교·395
45 무자 화두의 효시자 : 오조 법연·402
46 『벽암록』, 그리고 다선일미의 주창자 : 원오 극근·410
47 간화선의 완성자 : 대혜 종고·420
48 송대 사대부 간화선 수행자들 : 장상영·장구성·431
49 송대 비구니와 여성 수행자·439
6장 원나라, 조동선풍과 간화선풍이 전개되다 / 447
50 칭기즈칸의 책사 : 야율초재·449
51 ‘무자 화두’에 꽃을 입히다 : 무문 혜개·458
52 조동종 선사들의 활약·469
53 임제종 선사들의 활약·475
54 간화선의 체계를 정립하다 : 고봉 원묘·480
55 동아시아 간화선 선지식 : 중본 명본·489
56 고려 말기에 간화선을 전도한 선구자 : 몽산 덕이·499
7장 명나라, 정토와 합일된 선사상이 전개되다 / 511
57 명나라 초기 최고의 고승 : 초석 범기·513
58 명나라 중기~말기 고승 : 우익 지욱·자백 진가·518
59 명나라 대표 선지식 : 운서 주굉·528
60 명나라 철학계와 불교계를 평정하다 : 감산 덕청·538
8장 청나라와 근현대, 진흙 밭에서도 선의 연꽃이 피어오르다 / 551
61 청나라 선종사 및 선사들 : 박산 무이·옥림 통수·553
62 꺼져가는 선을 살린 근현대 선지식 : 허운·563
63 근현대 선지식 : 야개·응자·원영·내과·576
64 인간혁명을 꿈꾸었던 선사 : 경안·태허·583
에필로그 현재 중국에서 불교는?·591
찾아보기·597
■ 저자소개
저자 : 정운
1982년 명우 스님을 은사로 서울 성심사로 출가하였으며, 1988년 자운 대종사를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하였다. 1989년 운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대원사 선방 등에서 안거를 성만했으며, 미얀마에서 1년간 머물렀다. 동국대학교에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종단의 교육과 연구를 전담하는 교육아사리이며,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학교와 중앙승가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2009년과 2010년도 동국대학교 교수평가에서 Best Lecturer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붓다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 『맨발의 붓다』, 『환희-중국사찰기행 1』 『떠남-중국사찰기행 2』, 『구법-선의 원류를 찾아서』, 『허운-중국 근현대불교의 선지식』, 『경전숲길-한 권으로 읽는 경전(2012년 문광부<세종도서 교양 부문> 우수도서), 『동아시아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명상, 마음 치유의 길』(2014년 문광부 <세종도서 교양 부문> 우수도서), 『대승경전과 선사상』, 『너무 멀리서 찾지 마라』, 『그대와 나, 참 좋은 인연입니다(2018년 문광부 <세종도서 교양 부문> 우수도서)』, 『도표로 읽는 경전 입문』, 『경전의 힘』, 『전심법요ㆍ완릉록』, 『사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조계종 봉축 책자),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 『간화선 수행』(공저) 등이 있으며, 등재 학회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