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공쿠르상 최종 후보, 전 세계 45만 부 베스트셀러!
<갈증을 느끼기 위해서는 살아 있어야 한다>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매년 문학계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갈증』이 불문학자 이상해 교수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스물다섯 살에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비평가와 독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데뷔한 노통브는 20년 넘게 꾸준히 1년에 한 작품을 발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 게다가 이 소설은 재판에서부터 십자가형, 그리고 부활까지를 예수의 1인칭 시점으로 그린다. 노통브로서는 다소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간결하면서도 유머와 위트, 아이러니를 담은 문장은 여전하다.
『갈증』은 노통브의 소설이 항상 그렇듯 2백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짤막한 소설이다. 그러나 갈증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육체적인 욕구에서 시작해 사랑, 쾌락, 고통, 희망, 믿음, 죽음까지를 다루는 대작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목마르다>고 했던 것과 프랑스어에는 <갈증>의 반의어 즉 <해갈>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는 점을 연결하면서 언어에 대한 작가의 탐구심을 보여 준다.
예수의 1인칭 시점으로 써낸 재판, 십자가형 그리고 부활
재판이 시작된다. 예수가 행했던 기적의 수혜자 서른일곱 명이 나타나 기적이 어떻게 자기들의 삶을 망가뜨렸는지 황당한 증언을 한다.
첫 번째 기적은 가나의 결혼식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이었다. 지금 그 신랑 신부는 예수가 일부러 자신들의 굴욕을 즐기며 포도주가 다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능력을 펼쳤다고 주장한다. 눈이 멀었던 자는 세상이 이렇게 추악할 줄 몰랐다며 한탄하고, 문둥병에 걸렸던 자는 이제 아무도 자신에게 적선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심지어 마귀 들렸던 자는 이렇게 말한다. <마귀가 나간 후로 사는 게 시들해져 버렸어요!>
빌라도는 말도 안 되는 증언들에 대해 반박할 기회를 주려고 하지만, 예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재판은 정해진 결말, 즉 십자가형을 향해 달려가는데…….
노통브의 스물일곱 번째 작품이자 가장 중요한 작품
노통브는 『갈증』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품어 온 작품이며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임을 강조한다. 예수의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을 텐데, 출간된 해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전 세계에서 45만 부가 판매되었으니 그 도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갈증』이 그녀에게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노통브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글쓰기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수단인 동시에 기도나 마찬가지였다. 소설 속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린다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것은 작가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 출판사서평
<추천사>
항상 다채로운 인물을 창조해 온 노통브가 이번에는 무려 <창조주>를 묘사하는 호사스러운 시도를 했다. ━ 『르 피가로』
마틴 스코세이지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적인 소설.
― 『리르』
신자들과 무신론자들을 틀림없이 반응하게 할 생생한 이야기. ― 『르 몽드』
그녀는 갈증에 시달린다. 삶, 욕망, 글쓰기에 대한 갈증에. ― 『르 파리지앵』
<책속에서>
갈증을 제외하고, 내가 불어넣고자 하는 것을 그토록 절실하게 일깨우는 감각은 없다. 그 감각을 나만큼 처절하게 느껴 본 이가 없는 것도 필시 그 때문이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일 때 느끼는 것, 그것을 배양하라. 그것이 바로 신비주의적 충동이다.
(……)
신비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잠시 목이 타는 갈증을 느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목마른 자가 물잔을 입술에 갖다 대는 형용할 수 없는 순간, 그것이 바로 신이다.
- 51~52면
하지만 나는 내가 십자가에 매달릴 거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어떻게든 버텨야만 한다. 자, 아예 생각을 말자, 아무 소용 없으니. 그냥 앞으로 나아가자. 십자가를 더 무겁게 만드는 이 진창에 푹푹 빠지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설상가상으로 사람들이 내 앞으로 꾸역꾸역 몰려든다. 터무니없는 비난들이 쏟아진다.
「어때, 이젠 허튼짓 못 하겠지?」
「네가 마술사라면 왜 빠져나가지 못하냐?」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그들을 경멸하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가 십자가를 짊어지는 데 동원된다.
- 70면
아니, 나는 그에게 그가 구원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저런 참혹한 형벌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세상을 비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십자가에 못 박힌 둘 중 한 사람에게 〈너는 구원을 얻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파렴치와 옹졸함의 극치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점을 분명히 밝힌다. 복음서에는 이렇게 기록되지 않을 테니까. 왜냐고?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복음서를 쓴 사람들은 내 곁에 있지 않았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든, 그들은 나를 알지 못했다. 그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구실 삼아 당신을 속속들이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보다 더 짜증스러운 것은 없다.
- 84면
나는 이 일을 〈십자가에 매달림〉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그것은 너무 우아하고 고상하다. 내가 겪는 것은 추하고 천하다. 적어도 무엇이든 쉽게 잊는 사람들의 성향에 기대를 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사람들이 천년만년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리라는 것을 이미 안다는 사실이다.
- 105~106면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해야만 한다. 왜 나는 그럴 수 없을까?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다.
용서를 막는 것은 바로 생각이다.
(……)
열 살 때 마을 아이들과 함께 논 적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높은 벼랑에서 호수로 잘도 뛰어내렸는데, 나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한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생각하지 말고 뛰어내려야 해.」
- 108~109면
갈증을 느끼기 위해서는 살아 있어야 한다. 나는 너무나 강렬하게 살아서 목마른 채 죽음을 맞았다.
영원한 삶이란 아마 그런 것이리라.
- 147면
■ 저자소개
저자 ; 아멜리 노통브 Amelie Nothomb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벨기에 출신의 작가. 본명은 파비엔 클레르 노통브이며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영국,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이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으며 단번에 10만 부가 팔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낳았고 지금까지 노통브의 작품은 전 세계 1천6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두려움과 떨림』(1999)이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그 외에도 르네팔레상, 알랭푸르니에상, 자크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거르지 않고 하나씩 작품을 발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벨기에 왕국 남작 작위를 받았으며, 현재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노통브는 『갈증』(2019)으로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첫 번째 피』(2021)로 르노도상을 수상해 대중성과 더불어 그 문학성을 다시금 인정받고 있다.
역자 : 이상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릴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측천무후』로 제2회 한국 출판 문화 대상 번역상을, 『베스트셀러의 역사』로 한국 출판 평론 학술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너의 심장을 쳐라』, 『추남, 미녀』, 『느빌 백작의 범죄』, 『샴페인 친구』, 『푸른 수염』, 『머큐리』,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미셸 우엘벡의 『어느 섬의 가능성』, 델핀 쿨랭의 『웰컴 삼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지옥 만세』, 조르주 심농의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 『교차로의 밤』, 『선원의 약속』, 『창가의 그림자』, 『베르주라크의 광인』, 『제1호 수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