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왜 지금 고전인가?
다른 시대, 다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오늘날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와 급변하는 사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편협한 사고와 인스턴트 음식 같은 해결책만 추구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역사에서 자신의 시대만 아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시각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말과 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현시대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과거의 현인들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들여다본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부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 등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50여 권의 고전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다양한 철학가, 사상가, 저자 및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19세기 걸작 《제인 에어》를 새롭게 재해석한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슐러 르 권의 《라비니아》 등 각기 다른 시대에 쓰인 작품들을 비교하며 서로 다른 해석, 가치관 등을 통해 현대 독자들의 지적 능력과 지혜의 지평선을 넓혀준다.
■ 상세이미지
■ 목차
들어가며
서론
1. 과거와 현재, 그 시간의 대역폭
2. 함께 식사하기
3. 과거의 죄악들
4. 현재와 차이 없는 과거
5. 진짜 알맹이
6. 도서관의 그 소년
7. 금욕주의자들의 시대
8. 인형 집에서 내다본 풍경
9. 해변의 시인
결론
나가며: 독자들에게
감사의 말
■ 출판사서평
길을 잃은 현대인들을 위한
불편한 고전 읽기
‘인종차별’, ‘성차별’, ‘불평등’ … 문명이 발달하고 의식이 성장했지만, 차별의 역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며 이념과 사상의 대립이 더 극심해지면서 차별은 더 깊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남녀평등의 외침은 오히려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의 색을 더 짙어지게 만들었고,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등 서로의 갈등만 키우는 꼴이 되었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이 과거에도 존재했으며, 과거에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갔는지를 고전 작품들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보편적 진리를 이야기하며 과거의 교훈에만 중점을 두는 다른 여타의 책들과 달리 과거와 현재, 둘 사이의 차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발표된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과 페미니즘 시각에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함께 다루는 식이다. 지금까지도 평단의 찬사와 함께 널리 읽히고 있는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을 현대 인종차별의 원형이었던 반유대주의 색채가 짙다고 여기는 현대 독자의 시각으로 보거나 최고의 고전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 주목받지 못한 다른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이를 재해석한 어슐러 르 권의 《라비니아》를 통해 그 차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전은 현대와는 다른 해석과 가치관 등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의 선택에 비추어 현시대의 선택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삶의 지혜를 탐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
"마라톤 평원(아테네군이 페르시아 대군을 격파한 곳)에서 애국심이 고양되는 걸 느끼지 않거나 이오나(스코틀랜드 기독교가 태어난 곳으로 존경받는 순례의 장소)의 폐허 한가운데서 신앙심을 자극받지 않는 그런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시인 새뮤얼 존슨의 말에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헤로도토스(《페르시아 전쟁사》의 저자)와 베다 베네라빌리스(《앵글인의 교회사》의 저자)의 저작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마라톤 평원과 이오나 폐허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는가?” (240~241쪽)
인문학 교수인 저자는 학생들에게 고전을 가르치는 동안 그 고전들이 현시대와도 연관되어 배울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의 독자들이 ‘오래된 책’, 즉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에 관해 이 책 전반에 걸쳐 이야기한다. 그는 과거를 연구하는 가치에 대해 자본주의의 실상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린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에 나오는 ‘인격의 밀도’를 내세워 설명한다. 현대인들은 SNS에 떠도는 아주 가벼운 이슈에조차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인격의 밀도가 결여되어 있는데, 생각을 현재의 순간에만 가두면 그만큼 인격의 밀도가 낮아져 빠르게 변화하는 현시대에 사람들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점점 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과거의 낯설고 훌륭한 글과 말은 우리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조차 못 했던 것들을 이야기해줌으로써 우리의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인격의 밀도를 높여준다. 따라서 과거의 글과 말을 받아들이는 건 현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문학이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읽힌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부터 18세기에 가장 인기를 끈 소설 중 하나인 장 자크 루소의 《신엘로이즈》, 19세기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고전을 재해석한 20세기 걸작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기후 변화를 소홀하게 취급하는 현대 소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21세기 작품 아미타브 고시의 《대혼란의 시대》까지 시대와 문화를 넘나들며 현대의 독자들을 고전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 지적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고전이 전하는 오늘을 사는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
우리가 오래된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온 또 다른 인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는 것을 안다. 그 사람이 살아 있든 혹은 죽은 자든 상관없이 모든 작품에 적용된다. 앨런 제이콥스는 독자의 관점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시ㆍ공간상의 차이와 거리를 누구보다 잘 표현한다.
-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이 책에 담긴 생각들은 자극적이다. 오래된 책 속에 담긴 글과 말은 사려 깊은 독자들에게 더 깊은 성찰을 위한 도약점이 되어줄 것이다.
- 《퍼블릭 위클리(Publishers Weekly)》
얄팍한 시대에는 인격의 깊이를 함양하는 수단으로 오래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아름다운 주장이 담긴 책으로, 시의적절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다. 나는 이 책들에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빼앗겼고, 아마 당신도 그렇게 될 것이다.
- 오스틴 클레온(Austin Kleon), 《킵고잉》,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의 저자
<책 속으로 >
호라티우스는 자기 자신과 현재의 우리에게도 ‘현자(아마도 그가 아테네 학당에 있을 때 공부한 그런 부류의 사상가들)의 저술들을 읽어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진짜 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건 그들이 우리와 생활양식 자체가 다른 완전히 낯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를 일상의 끝없는 순환으로부터, 돈과 사소한 것들에 관한 강박적 집착으로부터 끄집어내준다. 그 집착은 우리를 괴롭히고, 학대하며, 불안하게 교차하는 희망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생각에서 생각으로, 감정에서 감정으로 뛰어다니도록 우리 자신을 내모는 그런 집착이다. 그토록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이런 유형의 불안감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건, 비록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강도가 훨씬 심하다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된다. / 19쪽
"그 이야기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자신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과 참사들을 자각하고 거기에 반응을 보이는 방식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비록 작품 속 이야기가 실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을지라도 그것은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 건, 그의 동시대인들이 아니라 선조들에게서였다. / 24쪽
이 두 요인은 앞서 언급한 트리아쥬 작업을 끊임없이 수행하도록 인간을 압박함으로써, 즉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에 대해 생각할지 판단을 내리도록 함으로써 인간을 점점 더 위압적이고 독단적인 사람으로 만들어간다. 이건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이 소위 ‘물을 흐리는’ 사람들을 커뮤니티 밖으로 쫓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야 더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사람들을 현재 순간에 옭아매게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no)w’ 이외의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어지고, ‘지금이 아닌 것(not-no)w’은 점점 더 달갑지 않게 되며, 심지어는 더러운 짐과 같다고 여기게 된다. / 34쪽
하르트무트 로자는 사회적 가속화와 연관된 최근의 이런 경험들(시간의 대역폭이 좁아졌다는 느낌과 상황적 처세 유형을 선택하도록 내몰리는 듯한 느낌)과 불안 및 우울증 사이에 긴밀한 연관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사실 ‘정신없이 바쁜 멈춤’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우울한 사람들에게서 아주 흔하게 발견되는 특성이다. 오래된 책을 읽는 게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까지 말하진 않겠지만 고전 읽기를 통해 두터워진 인격의 밀도는 우울증이라는 파도 앞에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고,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칠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항구가 되어줄 수 있다. / 43쪽
이 책의 제목(원제: Breaking Bread with The Dead)을 시인 위스턴 휴 오든(W. H. Auden)이 애정하는 구절인 "예술은 우리가 죽은 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주된 수단이다”라는 말에서 가져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함께 식사하기(breaking bread)’, 즉 선조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그들과 우리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 51쪽
시중에는 과거를 연구하는 것의 가치를 옹호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 책들은 진정으로 유용하고 흥미로운 과거의 산물들이 현재 우리의 것과 놀랄 정도로 닮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만 중점을 둔다. / 54~55쪽
오래된 책인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다름에 대해 숙고하는 법을 배우는 일종의 교육이다. 그리고 이 교육의 목적은 다른 사람과 나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어떤 의미에서는 내 이웃으로 만드는 것이다. / 65쪽
"현재와 단절된 과거는 우리의 열망에 아무런 자양분도 공급해주지 못한다.” / 73쪽
지난 수년 동안 우리는 오래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고전 문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그들의 현대적 가정들을 잠시 덮어두라고 권유하는 말과 글을 많이 접해왔다. 하지만 이런 충고는 옳지 않다. / 77~78쪽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의 탁월하고 독창적인 회고록인 《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를 보면, 저자가 카리브해 지역의 럼주 증류업자를 만난 이야기가 나온다. 마르티니크에 갔을 때, 그는 "18세기부터 전해져 내려온 도구와 제조법을 사용하는 소박하고 허름한 럼주 증류업자를 만난 적 있다”고 말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푸에르토리코에서 만난 럼주 증류업자는 흰색 에나멜 탱크와 크롬 파이프로 된 철저히 현대적인 도구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찌꺼기로 뒤덮인 오래된 나무통 앞에서 맛본 다양한 종류의 마르티니크 산 럼주들은 맛이 그윽하고 향기로웠지만, 푸에르토리코에서 맛본 럼주들은 하나같이 거칠고 독하기만 했다.” / 95쪽
플루타르크는 사람들이 어디에서든 현명하고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고대의 위인들과 연결해주는 책들 덕분이라고 했다. / 107쪽
나는 현대인들이 때로는 오래된 책의 부족한 점들에만 집중해서 그 책이 제공하는 가치를 완전히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해왔다. 부정적 선택으로 기우는 현대인들의 성향으로 인해 고전의 긍정적 선택의 혜택에는 완전히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 115~116쪽
내가 고전으로 여기는 작품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바로 그런 종류의 반대 의견을 제시해주는 작품들이다. 그런 작품들을 읽을 때, 책과 나누는 대화는 내 의식의 전면부로 불쑥 솟아오른다. 칼비노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매우 예리하고 섬세한 말을 남겼다. "고전은 지금 이 순간의 관심사를 배경 소음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배경 소음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것들이다.” / 119~120쪽
스승들에게 올드먼처럼 평가하고, 거리를 두고, 분석하는 법을 배웠다면, 좋아하는 작가들에게는 젊은 하우스먼처럼 열정적인 태도로 교감을 추구하는 법을 배웠다. 두 교훈 모두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지만, 내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건 작가들이었고, 이 책에 쏟아 넣은 것도 주로 그들에게 배운 교훈이다. / 130쪽
리스와 르 귄이 고전 작품들에 강력하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반응함으로써, 그 책들에 대한 우리의 경험까지 풍부하게 해줄 수 있었던 건, 그들이 그 책들을 향해 너그러움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히 비판을 가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상적 순간’과 인간성의 ‘진짜 알맹이’까지 함께 추구했다. / 141쪽
격언의 형태로 전해지는 고대의 지혜가 정말로 인간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켜준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지만, 인간의 환경은 변하는 것이라면, 비록 습자책 표제가 말하는 것들이 흠결 없이 완전하다 하더라도, 그 구절들을 현재 우리가 당면한 도전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터득해야 한다. / 145쪽
이 두 남성의 경험은 독서의 엄청난 영향력을 입증해준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공통점(말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이 나와 같다는 느낌)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하지만 차이점(말하는 사람의 상황이 나와 다르다는 느낌)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한다는 점 또한 보여준다. 정신적, 도덕적 건강을 위해 우리는 이 둘 다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주의는 전자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후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 159쪽
이건 콘래드에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에픽테토스가 지구 반대편에서 2천 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그에게 직접 말을 걸어온 것이다. 게다가 콘래드는 에픽테토스의 글들 속에 또 다른 무언가가, 더 위대한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그의 작품 속에 들어 있는 건 삶의 철학 전체, 즉 어떤 순간에서든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믿을 만한 하나의 지침이었다. / 167쪽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오래된 책과 저자들을 익숙하고 편안한 카테고리(‘영감 어린 구절들’, ‘명상이나 마음챙김 같은 종교적 훈련들’) 속에다 끼워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런 태도는 이미 알고 있는 것 너머로 우리를 데려다줄 낯선 글과 말을 읽고 듣는 걸 불가능하게 만든다. / 177쪽
과거를 면밀히 조사하고, 평가하고, 돌이켜보며 다시 숙고하는 그의 태도는 과거와 관계 맺는 법을 보여주는 하나의 훌륭한 모범이다. 과거를 이상화(idealization)하거나 악마화(demonization)하는 건 쉬운 일이며, 특히 사회적 가속화 시대에는 엄청나게 유혹적인 일이다. / 187~188쪽
2017년 미국의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Lucas Hnath)가 쓴 〈인형의 집, 두 번째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극이 브로드웨이 무대 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노라가 남편에게 휘둘리며 살았던 ‘인형의 집’ 밖으로 뛰쳐나온 뒤 15년 후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노라는 자신이 오래전 남편과 아이들을 떠났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한다. 이에 대해 테리 티치아웃은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다. 당신은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작품에서 ‘노라는 그녀의 좌절감을 집어삼키고 집에 남아 아이들을 길렀어야 했다’라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 204쪽
도로시 오즈번과 같은 과거의 실존 인물들과 조우하거나 《인형의 집》의 노라 헬메르나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 같은 허구의 인물들과 마주칠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들과 자신의 가치, 가정, 희망, 두려움 등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갑작스럽게 그들과 우리 사이의 불협화음을 인지하게 되더라도 그 불협화음으로부터 달아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속으로 곧장 뛰어들어야 한다. 선조들의 태도와 자신의 태도를 비교하는 이 과업은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 될 수 있다. / 218쪽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간의 역사에서 자신의 시대만 아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들 자신과 그들의 문화 전체는 그들의 무지로 인해 더 나쁜 것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얄팍한 순간만을 살며 자신이 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알려 하지도, 알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224~225쪽
무한한 선택을 제공하는 듯 보이는 세상이 실제로는 선택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놓는데, 이는 정보 환경이 우리를 대신해서 선택하기 때문이다. / 236쪽
■ 저자소개
저자 : 앨런 제이콥스(Alan Jacobs)
영문학자이자 작가인 그는 미국 베일러대학교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최상위권 학생 교육 프로그램)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특훈교수(Distinguished Professor)다. 앨라배마대학교를 졸업하고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4년부터 2013년까지 휘튼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현재까지 15권의 책을 출간했고, 《디 애틀랜틱(The Atlantic)》, 《하퍼스 매거진(Harper's Magazine)》, 《크리스천 센추리(The Christian Century)》, 《뉴요커(The New Yorker)》,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역자 : 김성환
1980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감정들: 자기 관찰을 통한 내면 읽기》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무의식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의 사후세계》,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헤드스페이스》, 《말센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