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장군의 이마에서는 말을 달릴 수 있고
재상의 배 속에서는 배를 저을 수 있네
《한시의 맛》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효율적으로 율시를 작법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시 감상과 함께 제시한다. 1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율시의 격률 구성에서는 2/4/6 부동 점대 원칙, 고평 금지, 하삼평/하삼측 금지 원칙이 적용된다. 이런 원칙을 잘 지키면 칠언율시 56자 중, 평/측의 비율은 3~5자 범위를 넘지 않는다. 평/측이 알맞게 어울려 조화로운 가락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안배대로라면 평/측을 바꿀 수 있는 운자가 많지 않아 표현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융통성을 발휘해 이런 제약을 피하는 방법이 바로 요체다. 표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처음부터 격률의 기본 구성을 엄격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기보다, 하고 싶은 표현을 제대로 하면서 기본 격률의 구성 원칙에 맞지 않을 때 요체로써 자유자재로 평/측을 조절하는 게 더욱 뛰어난 능력이다.
요체와 정격의 구분은 용어상의 구분일 뿐이지 모두 정격이다. 두보를 비롯해 황정견, 소식 등 대문호들이 요체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율시를 지었다. 그런데도 반드시 기본 구식으로만 지어야 한다는 잘못된 풍조가 만연해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의 분석 목적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데 있으며, 요체를 활용해 더 좋은 표현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150수 중에서 120여 수가 요체로 된 작품이다. 일부러 선정한 것이 아니라 우연의 결과다. 즉 자연스러운 표현이 우선이며, 어쩔 수 없이 요체를 사용했다는 말은 잘못되었다. 요체와 정격은 구분할 필요가 없으며, 기본 격률의 법칙에 맞기만 하면 충분하다.
기본 구성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응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요체는 표현과 리듬의 심화 방법이며, 요체라는 단어 자체를 심화 표현이라는 단어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본성을 진솔하게 읊는 음영정성(吟詠情性)은 시경 시인 이래로 변함없는 창작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율시의 창작에서는 이런 정성의 음영이 엄격한 구성 원칙을 지키면서 표현되어야만 한다. 표현은 다양하지만 구성 원칙은 하나여야 하며, 그런 까닭에 지금까지 선인들의 작품이 통일된 원칙으로 구성되었음을 깨닫는다면 더욱 정확하고 손쉬운 한시 창작이 가능해질 것이다.
■ 상세이미지
■ 목차
머리말
제1장 시를 논하다
제2장 대장과 요체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참고문헌
■ 저자소개
저자 : 성기옥
한시 작가. 문학박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를 통해 한국연구재단의 과제로서 한시 작법 이론을 총정리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시의 맛 1》 《한시 작법과 중국어 낭송》 《한시 작법의 실제》가 있고, 옮긴 책으로 《문심조룡》 《논형》 《논형교감》 《중국 명문장 감상》 《구암집》 등이 있다.